2026.08.11(화)

영국 최초 ‘슈퍼대학’ 출범…그리니치대와 켄트대 하나의 법인으로

[K-edunews/Jongho Son]


영국 그리니치대학교와 켄트대학교가 각 대학의 명칭과 교육조직을 유지하면서 법인과 운영 기반을 통합한 다중대학 그룹을 출범시켰다.

영국에서 두 대학의 브랜드와 캠퍼스를 유지하면서 법인과 운영 기반을 하나로 통합한 최초의 ‘슈퍼대학’이 공식 출범했다.

그리니치대학교와 켄트대학교는 2026년 8월 1일부터 ‘런던 앤드 사우스이스트 유니버시티 그룹’, 줄여서 LASE University Group이라는 단일 법인에 속하게 됐다. 새 대학 그룹은 켄트와 그리니치를 각각 학문 부문으로 두는 다중대학 형태로 운영된다.

5만 명 규모의 대형 대학 그룹 탄생

LASE는 런던과 영국 남동부 지역의 네 개 캠퍼스에서 5만 명 이상의 학생을 교육하는 대형 대학 그룹이다. 학생 수를 기준으로 영국에서 세 번째로 큰 고등교육기관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적으로는 하나의 대학 그룹이지만, 학생들이 접하게 되는 학교 이름과 교육과정은 당분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재학생과 신입생은 기존과 같이 University of Greenwich 또는 University of Kent 소속으로 공부한다. 대학 측은 두 학교의 이름과 정체성, 캠퍼스를 유지하고 학생들도 자신이 선택한 대학 명의의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반면 계약, 회계, 구매, 행정 책임 등 법인 차원의 업무는 LASE로 이전된다. 켄트대학교의 사업과 계약상 권리·의무는 새 대학 그룹으로 이관됐으며, 그리니치대학교의 기존 법인은 LASE라는 이름으로 변경됐다.

대학 이름은 유지하고 행정 기반은 통합

이번 통합의 핵심은 두 대학을 없애고 완전히 새로운 대학을 설립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학의 교육 브랜드는 유지하면서 행정과 재정 기반을 공유하는 데 있다.

통합 초기에는 학생 서비스와 대학의 일상적인 운영 방식이 대부분 유지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구매계약, 정보기술 시스템, 재무관리와 행정조직 등에 대한 통합 검토가 진행될 예정이다. 대학 측은 기존 계약과 담당자, 업무절차가 단기간에 갑자기 변경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대학은 규모 확대를 통해 시설과 전문인력을 공동으로 활용하고, 중복되는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 기업 및 공공기관과의 산학협력에서도 런던과 켄트 지역을 연결하는 광역 대학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영국 교육부도 이번 통합이 학생에게 재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영국 남동부 지역경제를 지원할 수 있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정난 겪는 영국 대학의 구조개편

LASE의 출범은 영국 대학들이 심각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잉글랜드 고등교육 감독기관인 학생청에 따르면 2024∼2025학년도 전체 고등교육기관의 35.8%가 적자를 기록했다. 학생청은 이 비율이 2025∼2026학년도에는 42.7%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학의 비용은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국내 학생 등록금과 정부 지원만으로 이를 충당하기 어려운 데다, 국제학생 모집 실적도 불안정해지고 있다. 학생청은 영국 대학들이 국제학생 등록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과도하게 낙관적인 학생 모집 전망을 바탕으로 재정계획을 세우는 것도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대학 통합은 단순한 규모 확대가 아니라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개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그리니치대와 켄트대 외에도 다른 주요 대학들이 통합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LASE의 운영 성과가 향후 영국 대학 구조조정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폐교 대신 ‘브랜드 유지형 통합’ 선택

이번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재정이 어려운 대학을 폐교하거나 다른 대학이 완전히 흡수하는 대신, 기존 학교의 이름과 교육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연합형 통합을 선택했다는 데 있다.

지역 기반과 동문 네트워크를 지키면서도 법인, 재정, 행정체계를 하나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소속 대학의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더 넓은 교과목과 연구시설, 취업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실제 통합 과정에서 조직 개편과 인력 감축, 의사결정 구조의 복잡성, 대학별 교육 정체성 약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LASE가 비용 절감에 머물지 않고 학생들의 교육환경과 연구 경쟁력을 실제로 개선할 수 있을지가 향후 평가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대학의 재정 악화를 겪고 있는 한국에서도 이번 영국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특히 여러 대학의 이름과 캠퍼스는 유지하되 행정법인과 공통 서비스를 통합하는 방식은 국내 대학 간 공유·연합 모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검토될 수 있다.

자료: 런던 앤드 사우스이스트 유니버시티 그룹, 영국 학생청, 영국 언론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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