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교육이 전 세계 학교의 가장 중요한 교육 의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해 과제를 작성하고, AI 튜터에게 질문하며, 교사가 AI로 수업자료를 만드는 모습은 더 이상 일부 국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교실로 들어오면서 세계 각국의 교육계는 이제 ‘AI를 학교에서 사용할 것인가’보다 ‘AI가 일상화된 환경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UNESCO는 지난 9월 프랑스 파리에서 ‘Digital Learning Week 2026’을 개최하고 전 세계 교육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에게 AI가 가져올 교육의 변화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25개국 이상의 교육장관과 교육 분야 대표들은 AI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교육의 공공성과 학생의 인간적 주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유네스코
AI 시대 교육, 이제 선택이 아닌 현실
최근 몇 년 동안 생성형 AI는 교육 현장의 풍경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학생들은 질문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외국어를 번역하는 수준을 넘어 글쓰기, 문제 풀이, 자료조사, 발표자료 제작 등에 AI를 사용하고 있다.
교사의 활용 역시 확대되고 있다.
수업계획을 작성하거나 학생 수준에 맞는 문제를 제작하고, 복잡한 자료를 요약하는 등 교사의 업무에서도 AI 활용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UNESCO에 따르면 전 세계 고등교육 종사자의 92%가 AI 도구를 사용한다고 응답했지만, AI 활용에 대해 매우 자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3.6%에 그쳤다. 이는 AI 사용 속도에 비해 교육적 활용 역량과 제도적 준비가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네스코
결국 AI 시대 교육의 핵심 문제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AI를 어떻게 사용해야 학생의 학습능력을 높일 수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는 사용을 제한해야 하는지, 그리고 학생에게 어떤 새로운 역량을 가르쳐야 하는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AI가 대신 생각하면 학생은 무엇을 배우는가”
교육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문제 중 하나는 학생의 사고력이다.
생성형 AI는 몇 초 만에 보고서를 작성하고 수학 문제를 풀이하며 복잡한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한 도구다.
그러나 교육에서는 바로 그 편리함이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학생이 문제를 직접 고민하고 실패하며 다시 해결하는 과정 역시 학습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AI가 이러한 과정을 지나치게 대신하게 되면 결과물은 빠르게 만들어질 수 있지만, 학생 스스로 사고하는 경험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UNESCO 역시 2026년 9월 발표한 ‘The Algorithm in the Room’에서 AI와 알고리즘이 교육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논의하며 학생의 자율성, 사고, 표현, 정서적·인지적 발달 등을 핵심 질문으로 제시했다. 유네스코
교육의 목표가 단순히 ‘정답을 빨리 얻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숙제와 시험도 달라지고 있다
AI 시대 교육이 가져온 또 하나의 변화는 평가 방식이다.
학생이 집에서 작성하는 에세이나 보고서의 경우 AI를 활용했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학생이 제출한 결과물만으로 학습 수준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최종 결과물만으로 학생의 실제 이해도를 확인하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해외 대학과 학교에서는 평가 방식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직접 발표, 구술시험, 수업 중 글쓰기, 프로젝트 수행 과정 평가 등 학생의 사고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평가 방식이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 법학전문대학원에서도 AI를 둘러싼 대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일부 학교는 수업 중 노트북이나 AI 사용을 강하게 제한하는 반면, 다른 학교들은 AI 활용을 교육과정에 공식적으로 포함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다만 시험에서는 학업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AI 사용을 제한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
AI가 교육에 들어오면서 ‘무엇을 평가할 것인가’ 자체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AI를 금지해야 할까, 가르쳐야 할까
세계 교육계에서는 AI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한쪽에서는 학생이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읽기와 쓰기, 사고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반대로 현실적으로 학생들의 AI 사용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기 때문에 학교가 오히려 올바른 AI 사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의 국제적 논의는 후자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단순히 AI를 금지하기보다는 학생들이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검증하고, AI의 오류와 편향을 인식하며, 자신의 판단과 AI의 답변을 구분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UNESCO가 제시한 학생 AI 역량 체계도 이러한 방향을 보여준다.
UNESCO는 학생들에게 단순한 AI 사용 기술뿐 아니라 인간 중심적 사고, AI 윤리, AI 기술 이해, AI 시스템 설계 등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유네스코
AI 격차가 새로운 교육격차 될 수도
AI 시대 교육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문제는 교육격차다.
AI는 개인별 맞춤학습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경제적 여건이나 지역적 제약 때문에 별도의 개인교습을 받기 어려웠던 학생도 AI를 통해 언제든 질문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같은 환경에서 AI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환경과 디지털 기기의 차이, 유료 AI 서비스 이용 여부, 학생과 교사의 디지털 역량 차이 등이 또 다른 교육격차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
UNESCO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인구 가운데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약 74%에 이르지만,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학교의 비율은 초등학교 약 40%, 중학교 단계 약 50% 수준이다. 유네스코
최첨단 AI 교육을 논의하는 국가가 있는 반면 여전히 기본적인 인터넷 환경조차 충분히 갖추지 못한 지역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AI 교육 확대가 오히려 국가와 지역 간 교육격차를 확대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다.
교사의 역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바뀐다
AI 발전과 함께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AI가 교사를 대신할 수 있을까?”
현재 국제 교육계에서는 AI가 교사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교사의 역할을 변화시킬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AI는 정보를 설명하고 문제를 만들어주며 학생에게 반복적인 학습을 제공하는 데 강점이 있다.
하지만 학생의 감정을 이해하고, 교실에서 학생들 간의 관계를 조정하며, 학습 동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은 단순한 정보 제공과는 다른 영역이다.
오히려 AI가 반복적인 행정이나 수업준비 업무를 줄여준다면 교사는 학생과 직접 소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도 있다.
때문에 앞으로 중요한 것은 ‘AI냐 교사냐’라는 경쟁 구도가 아니다.
AI 시대 교육에서 교사가 AI를 어떻게 활용하면서 인간 교사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강화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다.
전 세계 교육장관들이 강조한 ‘교육의 공공성’
UNESCO의 이번 논의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AI 기술 자체보다 교육의 본질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2026년 Digital Learning Week에 참가한 25개국 이상의 교육장관과 대표들은 AI 시대에도 교육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자 공공재로 유지돼야 한다는 공동 입장을 채택했다. 유네스코
이는 AI 교육을 단순한 에듀테크 산업의 확대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떤 기업의 AI를 학교에서 사용할 것인지, 학생 데이터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AI가 제시하는 정보와 교육 콘텐츠를 누가 관리하고 책임질 것인지와 같은 문제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
특히 학생의 개인정보와 학습 데이터가 AI 기업에 축적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데이터 보호와 투명성 역시 중요한 교육정책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 교육에도 같은 질문이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해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학생들의 생성형 AI 사용은 이미 일상적인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수행평가와 과제에서 AI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AI를 이용한 결과물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향후에는 학교별로 AI 사용을 단순히 허용하거나 금지하는 것을 넘어 보다 구체적인 지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자료 검색에는 AI를 활용할 수 있지만 최종 글은 학생이 직접 작성하도록 하거나, AI를 사용했다면 어떤 질문을 입력했고 어떤 부분을 참고했는지 표시하도록 하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다.
학생에게 AI의 답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실 여부를 확인하도록 가르치는 것도 중요한 교육 내용이 될 수 있다.
AI 시대 교육의 핵심은 결국 ‘사람’
AI 기술은 앞으로 더 빠르게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보다 훨씬 정교한 AI 튜터가 등장하고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수업을 제공하는 시대도 머지않았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교육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오히려 중요해질 수 있다.
교육은 단순히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다.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며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자신의 판단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AI 시대 교육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AI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가 아니라 AI를 사용하면서도 학생의 사고력과 자율성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 있다.
UNESCO가 최근 전 세계 교육계에 던진 질문 역시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AI는 이미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세계 교육계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AI를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가 아니다.
AI와 함께 살아갈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지켜줄 것인가다.







